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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기] 23년차 지도자 대동초 최광원 감독의 고민

 

미디어라이프 중부신문 이도경 기자 | 올해 19회째를 맞는 화랑대기 유소년 축구대회에는 우승팀이 없다. KFA는 작년부터 초등학교 팀들의 과도한 성적 위주 경쟁을 피하고 아이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자 초등학교 1종대회의 순위 산정 방식을 철폐했다. 작년부터 KFA가 주최한 초등학교 1종대회는 예선리그 결과에 따른 결선리그 방식으로 치러진다.


대회 진행 방식 외에도 이번 화랑대기는 축구장 밖에는 간이풀장과 물놀이장 및 놀이시설을 제공하여 참가 선수들이 즐기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또한 선수 보호를 위해 무더운 낮 12시 50분부터 오후 5시까지는 경기를 중단한다.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 ‘성적’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13일 경주 알천축구공원에서 열린 서울대동초와 경북포항스틸러스U12포철초의 경기 후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대동초 최광원 감독은 대동초의 경기가 끝났음에도 같은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울산학성초와 서울잠전초의 경기를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KFA 이사이자 초등분과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 감독은 변화된 유소년 육성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깊어 보였다. 2000년부터 23년째 서울대동초 축구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이승우, 백승호 등 수많은 국가대표 제자들을 키워냈지만, 그 역시 지도자로서의 ‘성적’보다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최광원 감독 일문일답]


-오늘 포철초와의 경기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상대가 잘했고, 우리가 준비가 부족했다. 화랑대기에 오기 전 횡성에서 열린 금강대기에 참가했는데, 2경기를 뛰고 선수들이 코로나에 걸려 격리를 해야 했다. 그러나 돌발변수에 대한 대처 역시 지도자의 몫이므로 이를 핑계 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몸 상태가 100%가 아님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 연령대는 경기에 지면서 배우는 것도 있기 때문에 괜찮다. 오늘 뛴 우리 6학년 선수 모두 개개인 능력이 좋고 재능이 있다. 다들 좋은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대동초 경기가 끝났음에도 그라운드에 남아 다른 팀의 경기를 지켜봤는데?


경기를 많이 보다 보면 이전에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다. 내 스타일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나는 어떤 대회에 가도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대팀이 어떤 팀이든 그 팀만의 철학과 지도자의 팀 운영 방식이 있다. 1종이든 2종이든, 저학년이든 고학년이든, 다양한 경기들을 보며 배우는 것이 많다. 전술이나 아이들 지도법도 팀마다 가지각색이다. 워밍업만 봐도 10분 하는 팀, 1시간 하는 팀, 음악을 들으며 준비하는 팀 등으로 나뉜다. 다양한 방식을 접하고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학교가 이름값이 뛰어나지만, 이제는 많은 초등학교 팀들이 상향 평준화가 됐고 잘하는 팀도 많아졌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 우리도 배울 점은 배우고 끊임없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발전해야 한다.


-앞으로 유소년 축구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과 선수 육성 철학을 말해 준다면?


지금 우리 팀에 U12 6학년 선수가 15명이 있다. 선수들 사이의 기량 차이가 존재하는데, 가장 잘하는 선수에 맞춰 훈련할 수 없고, 가장 떨어지는 선수에 맞출 수도 없다. 이를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팀 전술에 초점을 뒀다. 가장 잘하는 선수가 패스와 팀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해서 가장 떨어지는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대동초가 좋은 성적을 내고 훌륭한 선수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었던 근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팀 전술 위주의 축구가 아닌 개개인 성장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해야 한다. 이전의 지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나 역시 20년 넘게 유소년 지도자로 생활했지만,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 최대한 많은 경기를 접하고 공부하고자 한다. 아무리 약한 팀의 경기라도 보다 보면 보이는 것이 있고 배울 점이 있다. P급 지도자가 선수를 가르쳤다고 해서 선수에게 P급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좋은 현장 경험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하다.


아직도 ‘내가 선수 시절 축구를 이렇게 배웠으니 아이들에게도 윽박지르고 강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도자들도 있다. 이런 소수 때문에 열심히 하는 지도자들까지 폄하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좋은 지도자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궁극적으로 협회가 추구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지도자들도 힘써 노력해야 한다. 초등학교 1종대회에서 성적을 없앤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발전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해야 한다.


-끝으로 지도자로서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나는 정년이 있는 학교 직원이므로 언젠가는 현장을 떠나야 한다. 지금 유소년 축구 정책은 과도기에 있고 현장에 보완해야 할 점들이 존재한다. 후배 지도자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인프라와 환경을 만들어주고 떠나는 것이 지도자로서 마지막 할 일이라 생각한다.